#작당 #청신호명동 #청년 #건강 ‘내 집'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게 먼저 생각나시나요? 아늑한 보금자리? 집값? 인테리어? 각자 생각날 수 있는 키워드가 다 다를 것 같아요.
2주간 보내드린 레터에서 사회적 건강, 청년 가구의 실태에 대한 내용을 보내드렸다면 이번 <작당> 3회차에서는 집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내 삶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해 보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면 여기(링크)로 들어와 확인해 볼까요? 구독자님의 생각을 남기면 더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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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은 나만의 공간을 가꿔본 적이 있으신가요?
코로나로 인해 나의 공간을 내 취향대로 꾸미는 ‘집 꾸미기'가 열풍이 된 적이 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로 인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는데요. 실내를 카페 분위기처럼 바꾼다거나, 나만의 ‘홈바(home bar)’를 만들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은 능률을 위해 ‘홈 오피스(home office)'로 꾸미는 등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어요. 이는 집이 단순한 거주의 공간에서 나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번 3회차에서는 각각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건강한 주거 방식’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2명의 답변과 가치관이 모두 달라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매우 흥미로웠답니다.
다른 사람들은 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인에게 중요한 가치를 집에 어떤 방식으로 녹여냈는지 그래서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 함께 보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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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에서 자취하는 건축 디자이너 직장인 J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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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밸런스 = 삶의 밸런스
“집을 구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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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자취생이 집을 구하면 가격대가 있으니 3, 4평 정도의 규모를 선택해요. 사실 그 정도의 크기면 생활하기에는 좁은 느낌이 있어요. 공간 사이의 구분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 가구와 짐 속에 파묻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거든요. 행위의 목적이 어느 정도는 확실하도록 공간이 구분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채광을 포기해서라도 평수를 넓히는 쪽을 선택했어요. 작업 공간이나 휴식 공간, 식사 공간 등으로 어느 정도는 서로의 기능이 뒤섞이거나 방해받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공간의 경계가 일정 수준 무너지게 되면 심리적인 뒤엉킴으로 이어져 삶의 흐름에도 지장을 주기도 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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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자신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집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어요. 책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축구 팀 유니폼도 벽에 걸려 있죠. 그리고 인센스 스틱, 캔들, 디퓨저, 향수, 룸 스프레이처럼 제가 좋아하는 향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기도 해요. 제 방의 특별한 점이라고 하면, 방 안에 의자를 두지 않는 거예요. 의자가 있으면 의자가 아닌 다른 공간에 앉아 있는 게 심리적으로 되게 불편하게 느껴져요. 사람이 걸어 다니는 곳에 제가 앉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할까요. (웃음)
집이라는 공간은 제 생활 방식과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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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입문자에게 1가지 조언을 한다면?”
“인테리어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소품도 하나씩 놓고 보면 예뻐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 물건이 집의 무드를 깰 수도 있죠. 그래서 어울릴 만한 것들로 소품을 잘 골라내는 게 필요하죠. 무엇보다도 공간에서의 핵심은 무언가를 ‘빼는 것’이에요. 무조건 단순함을 추구하라는 거라기보다는 필요 없는 것을 하나씩 치워보라는 말이죠. 저희 집은 첫인상이 복잡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적절하게 공간을 활용해 전반적인 컨셉에서 벗어나는 게 없는 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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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공간을 어떻게 잘 꾸밀 수 있을까요?”
“인테리어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참고할 만한 이미지를 찾아보기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집의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게 먼저에요. 기억을 돌이켰을 때 스스로가 가장 편하다고 느꼈던 공간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거죠.
예를 들면 가구들이 원목으로 된 것이 많았는지, 주변에 꽃이나 풀이 많았는지 또는 어떤 색이 많이 사용돼 있었는지 등 말이에요. 찾다 보면 전체적인 틀을 맞출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큰 틀만 딱 정해놓고 천천히 꾸미면 그 집에 대한 애정이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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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잘 살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제 삶이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예요.
보통 지루함은 근심과 걱정이 없어야 올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삶이 지루할 때면 행복했고, 걱정이 없을 만큼 편안함을 느꼈다고 생각해요. 꼭 대단한 일이나 기쁨을 느껴야지만 잘 산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닐거예요. 아마 우리는 지금도 잘 살고 있을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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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에 자취하는 '20대 초반 대학생 Y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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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간 = 나의 아지트
“당신에게 집은 어떤 공간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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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집은 아지트라고 생각해요. 제가 집을 아지트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무언가 ‘집’이라고 하면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집은 아지트같이 나만이 있을 수 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느낌이에요. 마치 나 혼자 쉴 수 있는, 일상에서 도피해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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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disturb my privacy!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아지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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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 집에서 살면서 제일 좋았던 것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 혼자 쉴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런 점에서 나오는 포근하고 안정감 있는 느낌이 큰 힘이 돼요. 일이나 약속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을 때, 외롭다는 느낌이 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공간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집이라는 곳이 온전히 쉴 수 있는 곳, 포근한 느낌을 받는 곳 그리고 내가 이 공간을 바라볼 때 만족감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대충 해놓고 살 수도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저의 아지트를 채웠죠.
하나하나 손으로 어디에 무엇을 배치할지 생각하고 저의 집이 어떻게 채워져 갔는지 아니까 내 공간을 바라봤을 때 내 손으로 직접 꾸민 집이 주는 힘이 굉장히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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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공간을 꾸미는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제가 원하는 스타일이 있었어요.
본가에 있는 모든 가구들이 원목이라 저희 집에는 하얀색 가구들로 깔끔하게 인테리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검은색처럼 무채색을 좋아하니까 무조건 이불은 검은색으로 해야겠다!’ 같이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나갔고, 그림의 한 부분씩 실천해 나갔어요.
제가 이 집에 왔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창문이에요. 이렇게 탁 트인 뷰를 서울에서 많이 볼 수가 없잖아요! 창문으로 밖을 바라봤을 때 빌딩으로 꽉 막혀 있지도 않고요. 저는 뷰도 인테리어 요소 중 하나로써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창문과 뷰가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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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눈으로 보는 풍경도 있고 피부로 느껴지는 이불의 감촉도 있겠지만 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테리어 같은 경우에도 사진만 찍어 놓으면 그 방에서 무슨 향이 날지 예측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는 향을 찾고 그 향이 인테리어에 녹아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향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룸 스프레이나 향수를 되게 좋아하게 되고, 날씨가 선선할 때는 창문을 열어놓고 향을 피우기도 하고요. 향은 저희 집에서 가장 집중하는 인테리어 요소 중 하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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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공간을 잘 꾸미는 방법이 있을까요?”
“인테리어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같아요. 인테리어를 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인테리어를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연필꽂이나 달력처럼 작은 소품들을 책상에 올려놨을 때 무언가 내 마음에 드는 느낌이 오는 것처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인테리어 기준이 ‘내’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저의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이런 과정을 통해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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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가구들과 소품들이 갖추어졌다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가하고 싶을 때 혹은 자신이 원하는 소품을 사고 싶을 때는 인스타그램을 많이 사용해요. 웹 서핑처럼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면서 괜찮은 인테리어 소품들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인스타그램에 감성 아이템도 많고 쇼핑 탭도 따로 있어서 알고리즘이 추천을 많이 해주기도 하죠. 네이버 스토어(이하 스토어)도 많이 사용해요. 스토어에는 자기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작가님들이 마켓을 열어서 물품을 파는 경우가 많아요. 남들은 잘 모르는, 이 작가님만의 감성이 있는 물품들을 구매할 수 있죠. 그래서 다양한 곳에서 그 물품의 가치를 느끼거나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개인분들이 운영하는 곳에서 인테리어 소품을 많이 사는 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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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학생인 지금, 학기 중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어요. 처음 보는 동네에서 나 혼자 산다는 것이 굉장히 외롭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자취를 하면서 신나는 순간도 있었고, 방을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외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외롭다고 느낄 때는 내가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어요.
이제 시간이 조금 지나 적응을 하면서 집에 대한 애정도 생기고 인테리어도 완성되는 걸 보면서 혼자 요리를 하거나 청소, 집에서 혼자 책을 읽을 때 외롭지 않다고 느꼈어요. '혼자 사는 것도 재밌잖아’라고 느꼈을 때 잘 살고 있다고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저는 외로움을 안 느끼려면 집에 왔을 때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평소에 하는 작은 습관들이 저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집에 들어와서 신발을 신발장에 잘 넣어놓거나 휴지를 쓰고 쓰레기통에 잘 넣어두는 것처럼 정말 혼자 살게 되면 이런 사소한 습관들이 생기거든요. 되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주지 않는 그런 습관들이 생기고 생각해 보니 혼자 지내면서 어떤 것을 즐겨야 할까,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같은 것을 고민하고 찾아보는 것도 외로움을 없애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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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님이 더 궁금하다면・・・ insta @yoon_gozer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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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의 ‘잘 사는 이야기’ 어땠나요?
볕이 잘 들지 않더라도 공간의 크기가 중요한 사람이 있는 반면 창밖으로 풍경이 중요한 사람도 있죠.
각자의 삶과 그 속에서의 생각, 중요시하는 가치들이 반영된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에 흥미로웠어요.
좋아하는 것을 하나하나 모아둔 공간이라니!
상상만 해도 소중하죠? 아직 그런 공간이 없다면,
작은 공간이라도 인터뷰이들의 인테리어 팁을 활용해
구독자님만의 공간을 꾸며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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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못 돌봐서 건강이 안 좋아졌다.
… 열심히 한 건 일밖에 없더라.
열심히 살았다고 할 수 있나 싶다. 주변을 잘 돌봤나? 스스로를 잘 돌봤나? 서툴더라.
성취 보람보다 일이 주는 자극적임에 중독된 거라 건강한 열심이었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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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가수 아이유가 한 인터뷰에서 ‘아이유로 산다는 건?’이라는 질문에 했던 답변이에요. 누구나 한 번쯤은 그녀의 노래를 들어봤거나 TV에서 그녀를 봤을 정도로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스스로 ‘잘 살았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죠.
잘 사는 것은 무엇일까요?
인터뷰이들은 ‘나’를 담아낸 공간을 통해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우리 모두 각자의 정답을 가지고 그에 맞는 삶을 꾸려 나가고 있을 거라 믿어요. 다음 레터에서는 각자의 정답을 가지고 잘 살고 있는 다양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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